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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_과거자료/ARIⓢ_문국현관련

단일화 안 한다고 문 후보가 역적입니까?

요즘 인터넷 사이트에서 비슷한 논조의 정동영 지지자들의 글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문국현이 정동영의 단일화 제안을 거절하여, 여권의 표가 분산되어 이명박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명박이 당선되면 문국현은 책임질 것인가? 문국현은 거짓민주화세력인가? "

이런 글이지요. 많이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처음엔 강경한 논조로, 요즘에는 달래는 듯한 논조의 글들이 많이 보입니다. 여기 저기서 하도 비슷한 글들이 많이 보여서, 알바인가 하는 의심도 들기 시작합니다. 아니라면 죄송합니다만,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정후보 지지자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한 번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문국현은 기존의 정치권의 가치와 다른 새로운 가치를 들고 대선에 출마했습니다. 문국현의 지지자들은 대부분 기존의 정치권에 실망하다가, 이 새로운 가치에 기대를 걸고 신뢰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애초부터 문국현은 정동영과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지요. 그런 문국현에게 정동영은 반이명박이라는 명분으로 단일화를 제안합니다. 허나, 가치가 다른 사람과 단일화를 하려 했다면, 처음부터 문국현은 대통합신당에 입당하는 길을 선택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국현은 거절합니다.

허나, 비이성적이게도 이명박의 지지율이 높아, 현실적인 방책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래서 문국현이 제안하게 된 것이, 토론회를 통한 승자 선택이었지요. 이 승부에서 지는 쪽은 대선을 포기하는 쪽으로요... 많은 정동영 지지자들이 착각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문국현이 제안한 단일화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과 정몽준이 했던 그런 단일화가 아닙니다. 문국현은 그런 것을 정치적 야합으로 규정했고, 가치가 다른 자들끼리 야합할 수는 없기에, 토론회를 통해 지는 쪽이 대선을 포기하고 물러나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지요. 누가 누구 밑으로 들어가는 개념이 아닙니다. 그냥 빠져주는 거지.

그런데 문국현 후보의 의도와는 다르게, 언론이 자꾸 '단일화'라는 단어를 씁니다. 정동영도 이를 이용합니다. 문국현에게 '지게 되면 물러나겠냐'는 질문을 하자,  그는 '그럴 리 없다(질 리가 없다'라고 대답합니다. 이것이 단일화를 오해하고 있는 자들에게 '지지율도 낮은 문국현이 지지율 높은 정동영에게 밑으로 들어오라고 하다니...문국현 오만하네'라는 반응을 불러일으키게 한 겁니다. 문국현에게 그건 자신감이었는데, 정동영 지지자들은 그걸 오만으로 받아들인 것입니다.

어쨌거나.. 선관위의 토론회 위법 판정과 정동영의 사실상 거부로 인해 단일화는 무산되고 맙니다. 그럼, 서로 원래 가던 길 열심히 가면 될텐데, 정동영 측에서는 '절벽'같은 문국현이 양보를 안 해서, 이명박이 당선되게 생겼네.... 라는 여론을 만듭니다. 재야 원로들도 이를 돕습니다.

정동영 후보와 그 지지자들에게 묻습니다.

반이명박이라는 명분을 위해서라면, 서로가 품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따져보지도 않고 무조건적으로 야합해야 합니까? 그래서 정동영은 문국현 뿐만 아니라, 이인제에게도, 이회창에게도, 권영길에게도 손을 뻗쳤습니까? 목표를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 가리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까? 목표를 위해서라면 기회주의적 행동도 모두 용서가 되는 것입니까? 거기에 부합하지 않으면 범죄자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나라를 망하게 하는 매국노가 되는 것입니까?

지금 정동영은 반이명박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명박을 공격할 때 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들을 공격하는 무기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무기를 통해 정권을 잡고 싶은 것이 솔직히 정동영의 욕심 아닙니까? 표가 흩어져서 이명박이 당선되어 나라를 망칠까 걱정되어서 그러는 것이라면 차라리 본인이 포기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단일화를 말하는 사람들은 범여권이라는 표현을 즐겨 사용합니다. 문국현은 정치 신인이고, 정치 경험 없다고 비판받다가, 이럴 때는 여권의 후보가 됩니다. 엄밀히 말해봅시다. 문국현이 왜 범여권 후보입니까? 기존 정치 세력도 아닌데, 왜 범여권이라는 타이틀에 묶어 줍니까? 한나라당이 아니면, 범여권이라고요? 그럼, 권영길 후보한테는 왜 적극적인 단일화 공세를 펼치지 않습니까? 가는 길이 다르다고요? 그럼 가는 길이 다른 문국현 후보만 왜 물고 늘어지는 겁니까?

정동영 후보와 그 지지자들에게 묻습니다. 당신들이 말하는 '지지율 낮은' 문국현과 단일화 해봤자, 이명박 표보다 적습니다. (기존 여론조사 수치로 봅시다. 그게 당신들이 지지율을 말하는 근거니까요) 합해봤자, 소용 없는데 왜 그러십니까?

또 하나.. 분명히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문국현의 지지자들은 그의 가치에 손을 들어 준 사람들입니다. 그 가치는 9명의 후보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오로지 문국현에게만 있는 것입니다. 그런 문국현이 정동영과 야합하면 그 가치는 사라지고, 문국현의 정체성은 타락합니다. 그렇게 되면 문국현 후보 지지자들이 정동영을 찍어줄 것 같습니까?

아니요. 저부터 떠납니다. 많은 문국현 지지자들이 그럴 것입니다. 전 그렇게 되면 차라리 이회창을 찍겠습니다.(기권하고 싶지만, 저도 이명박이 싫습니다) 지향점도 없이, 이리 저리 옮겨 다니는 정동영 보다는 뚝심 있게 제 갈 길 가는 이회창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가능성도 없는 주장 그만 멈추시고, 정동영 후보의 긍정적인 면을 알리는 데에 시간을 투자하십시오. 문국현 후보와 지지자들이 지금 어려운 것을 부탁합니까? 그냥 제 갈 길 가자는 거 아닙니까? 누가 누구 앞을 막고 있는 건지 잘 생각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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