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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_생각들

시사IN은 가판대에서 대접받을 가치가있다.

삼성의 자본으로 인해 금창태 사장으로 부터 기사 삭제를 요구받았던 시사저널. 그것을 지키고자 했던 기자들.시사인에 대해서 모르는 분들이 많다.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길래 현재 분리된 매체가 나오게 되었는지 그 내막을 모르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주요 언론사에서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알기 힘들었을 것이다. 인터넷 내에서는 어느정도 내용이 꾸준히 전달되었었지만, 공중파는 매우 적게 보도 되었다. 그래서 내 블로그에도 한번쯤 시사인에 대해 글을 남기는 것이 역사를 남기는 것도 되고 시사인에 대한 예의인 것 같아서 정리를 해 보겠다. 지금 삼성의 직원이었던 검사가 양심고백을 하고 수사를 받겠다고 하는 시점에서 연관도 있기에.

시사저널의 사태는 이렇다. 작년 시사저널의 기자가 삼성의 이학수씨에 대한 기사를 잡지에 넣기 위해 준비중인 때였다. 기사의 내용은 삼성의 2인자 이학수가 부상한다는 내용이었다. 삼성측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는 기사였다. 삼성 내부의 일이 자세하게 보도된다는 것은 결코 기쁜일이 아니다. 특히 삼성에 대해 비판적 기사를 주로 다뤄왔던 시사저널이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결국 금창태 시사저널 사장이 이 사실을 알고 기사 삭제를 시사저널 편집위원과 상의를 했고 뜻대로 대화가 이뤄지지 않자 인쇄소에서 기사를 삭제하도록 지시를 했고 그 결과 이학수 관련 기사는 광고로 대체되어 잡지가 발행되었다. 이에 반발한 시사저널 기자들은 항의를 했고 끝내는 파업에 이르게 된다. 이들의 생각은 '한 달 정도면 해결 되지 않을까?' 였지만 시간은 한 달을 넘어 계속 흘렀고, 결국 시사저널 파업기자들은 독립의 길을 걷게 된다. 시사저널 측은 중앙일보 기자들을 급조해서 잡지를 발행했고 여기서 터졌던 굵직한 시사저널 관련 사건 두개가 있으니 바로 외국기사 또는 국내에 이미 출판되었던 책 내용을 베껴서 잡지 만들기와 엉터리 만화관련 내용의 오보성 기사 개제였다. 이에 대해서 PD수첩에서 중앙일보 기자에게 물어보자 중앙일보 기자가 한 명언이 있다. "잡지는 독자가 판단합니다. 판단은 독자에게 맡깁니다."였다. ㅡ.ㅡ;; 편집권을 자본으로부터 사수하기 위하여 싸웠던 시사저널 기자들은 이탈자 약간명만 제외하고 그대로 시사인 잡지에 참여한다. 그래서 시사인 새매체에서 현재까지 발간된 잡지의 제호가 7호다.

시사저널 사건은 누구를 위한 일이었는지 따져봐야 한다. 도대체 기자들이 그렇게 까지 할 수 밖에 없었는지 깊게 생각해보면, 어떤 보편적인 가치가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언론의 역할이 무엇인가. 언론을 유지시키는 기자의 역할은 또 무엇인가. 기자는 흔히 국민의 눈과 발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즉, 국민들이 갈 수 없고 볼 수 없는 곳까지 세세하게 알려주고 알권리를 지켜주기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만일 사적인 관계 때문에 기사를 빼거나 적당히 쓴다면 누가 피해를 보나? 누가 손해를 보게 되나? 바로 국민이다. 바로 시사저널 독자들이다. 이렇게 본다면 前시사저널 기자들이 그렇게 노숙하고 단식까지 하며 지키고자 했던 권리는 누구의 권리인가? 기자들의 권리인가? 결국 독자들의 권리였고, 그렇기 때문에 기자들에 대한 존중과 감동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글로님께서 시사저널 블로그에 남겼던 댓글을 잊을 수 없다. 당시는 前시사저널 기자들이 시사인을 만들기 위해 투자금을 유치하고 1년 구독자들을 예약받던 시기였다. 며칠만에 너무 많은 돈이 모여서 수천만원을 넘어 억대를 성공적으로 유치하자, 前시사저널 기자가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글의 내용은 너무 감격했고 고맙고 두렵기까지 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농담으로 "우리 도망갈까?", "이 돈 공탁 맡기고 도망가면 되잖아" 라는 대화까지 나눴다고 한다. 한글로 님께서 1년치 예약을 하시고, 만약 시사인이 나오지 못하게 된다면... 돈 또 보낼거라고 하셨다."

위의 글을 혼자 조용히 읽으면서 정말 공감이 됐다. 시사인은 네티즌들에게도 대접받을 가치가 있다. 우리 집에 시사인이 배달되는데 처음에 부모님이 나에게 이렇게 물어보셨다. "이 잡지 공짜야?"^^? 그래서 시사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드리고 이해시켜 드렸더니 이제는 시사인 매우 자세하게 읽어보신다.

이런 시사인 잡지가 지하철에서 홀대 받는 것을 어제 목격했다. 그것도 다름아닌 시사저널에게 말이다. 합정역에서 환승하기 위해 이동중이었는데, 한 편의점이 있다. 거기서는 가판대에서 신문과 잡지도 팔고 있었는데, 내 눈에 시사저널이 새빨간 색으로 뚜렷하게 보였다. 하지만 시사IN이 보이지 않았다. 이상해서 정말 구석구석 둘러봤는데 없었다. 나오자마자 하루만에 매진되었을리 없을 텐데... 계속 찾아봤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시사저널 뒤에 시사인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그냥가려고 등을 돌려서 길을 걷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도리가 아닌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가판대에 가만히 서서 머뭇거리는데 직원으로 보이는 분이 와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것 아닌가. 아마도 잡지를 사려는것 처럼 보여서 돈을 받으려고 한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조용히 물었다. "시사저널을 시사인앞에 배치한 이유가 특별히 있나요?" 그랬더니 "잠깐만요." 하고서 계산대에 있는 남자를 불러왔다. 직원처럼 유니폼을 입지 않은것을 보니 사장같았다. 그 분에게도 똑같이 물었다. 그랬더니 웃으면서, "아니요, 아무런 이유없고요 그냥 알바가 가판대가 너무 작다보니 겹쳐 놓은 거에요. 시사인 앞으로 보이게 하려면 그렇게 해요." 하면서 시사인 잡지 뭉치를 다 빼서 시사저널 앞에  놓는 것이 아닌가. ㅎㅎ. 이렇게 해서 탄생된 사진이 바로 상단의 첫 사진이다.

시사인은 대접받을 가치가 있다. 혹자는 시사인이 시사저널을 너무 무시하고 냉대하는 것은 오히려 시사인의 편협한 모습 아니냐고 항의 하던데 그건 잘 모르는 것이다. 前시사저널 기자들이 누구를 위해서 1년간 그 고통을 당했는지 생각해 본다면 시사인에게 시사저널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고 나무랄 수 없다. 시사인이 지치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새매체를 만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앞으로 삼성관련 특종도 많이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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