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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_생각들

돌아보니 학교가 떡값돌리는 연습시켰다.

블로거 뉴스에 정말 참신한 글이 올라왔다. 고등학생의 글인데 반장이 되면 피자를 시켜야 하냐고 묻는 내용이었다. 학급 반장이 되었을때 무슨 이유로 피자를 사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이미 많은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이 학생의 글을 읽으면서 어린 나이의 학생이 감당하기에는 큰 스트레스고 힘든일이기 때문에 선생님과 교장선생님들이 앞장서서 막아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담감 때문에 쉽게 거부하기 힘든 일을 학생의 힘으로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비판의식이 자리잡지 않은 같은반 학생들까지 반장이기 때문에 당연히 음식을 사야한다고 여긴다.

어떻게 보면 어른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과 너무 닮았다. 권력자가 부정 부패를 막으려고 하지 않았을 때 그 하부 단위의 단체에서 아무리 부정을 저지르지 않으려고 해도 큰 효과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가장 윗 자리 사람들의 청렴성이 중요한 것이다. 하위직 사람들 중에 부패하기 싫어서 뇌물을 거부하려고 해도 고위직이 썩어 있다면 결국 분위기에 따라가게 된다. 때로는 분위기에 따라가는 것을 괴로워하여 외로운 결단을 내리고 무리에서 떠나는 경우도 있다. 현재 김용철 前검사처럼 말이다.

돌이켜 보면 학창시절에 주로 음식을 학교 안으로 가져왔던 것은 체육대회 날이다. 가을에 매번 하는 체육대회는 햄버거 또는 음료수를 당연히 반장과 부반장 어머니께서 사와야 하는 날로 생각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잘못된 행동이었다. 교사분들께서도 그에 대한 잘못을 고치려하지 않았고 어린 학생들도 그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오히려 음식을 사오지 않으면 공공의 적이 되는 상황이니 다시 돌아보면 한심하기 짝이없는 악습이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끼리 회의를 한다. 주로 월요일 아침에 하는데 그런 자리에서 공론화를 시켜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교장선생님의 의지인데, 학교의 최고 선택권을 행사하는 만큼 학교에서 각가정에 부담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갖고 선생님들에게 지시를 한다면 각종 음식관련 부패는 쉽게 사라질 수 있다.

다른 반과 비교해서 싼 음식을 친구들에게 돌린다면 그것도 스트레스고 만약 집안 사정이 어려워 음식을 사지 못했을 때에는 어떻게 친구들에게 설득해야 할까 고민을 하게 된다. 때로는 상처가 되어 그 반에서의 1년간 생활이 괴로운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그리고 음식 돌리는 것을 학교 친구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도 미래를 봤을 때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나에게 음식이나 기타 경제적인 이득을 주는 힘있는 사람이 지도자가 되어 그 덕을 보려고 하는 모습들이 학창시절부터 연습된다고 생각해 본다면 그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학우들을 진지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돕고 진심으로 학급을 위해 헌신하려는 사람을 뽑으려고 하지 않고 얼마나 나에게 이득을 주는지에 따라서 반장을 뽑는다는 것은 어른들이 뇌물을 받고 그릇된 결정을 하는 행위와 다를게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들께서 악습을 막아야 한다. 어린 학생에게 짐을 맡기기에는 그 고통이 너무 크다. 지식보다는 올바른 행동을 가르쳐야 하는 학교이기에 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들께서 의지를 갖고 학생에게 고통을 줄수 있는 악습을 막아야한다.

학생의 글을 읽으면서 정말 가슴이 아팠다. 사회가 학생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글을 올린 고등학생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