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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_또다른세상

대선후보 촬영하다 총기달취범으로 수색받은 사연

  • 만약 통제지역이라면 미리 알려주시길
  • 대민 검문을 할 때에는 강압적인 분위기 지양해야.
  • 모두 12월 19일에 투표합시다.

  '한번 가야지', '한번쯤 참석해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기회가 없었다. 대선기간이라서 이곳 저곳 선거운동 현수막도 많이 달려있고 벽보도 많이 붙어 있지만 대선후보를 바로 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정말 드물다. 도대체 대선 후보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 텔레비젼에서 보는 대선후보와 실제로 보는 대선 후보는 얼마나 다를까 궁금하기도 했다.

  선거유세 차량이 동네를 자주 돌면서 선거운동을 한다. 선거운동 차량에서 나오는 소리들은 대부분 그 당에서 만든 노래들을 녹음된 상태에서 들어주기 때문에 그다지 감흥이 없다. 그런데 다른 날과 달리 사람이 마이크를 들고 집적 말하는 듯한 소리가 나왔다. 겨울이라 공기도 차고 집이 그렇게 단열이 잘 되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창문을 꼭 닫아 두고 산다. 그래서 마이크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법도 하지만 녹음된 소리와는 다르게 더 선명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마이크에서 어느 여성분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정동영씨께서 이곳을 방문하십니다.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기호1번 정동영후보가 12시에 방문하십니다."

눈이 번쩍 뜨였다. 드디어 오는 구나. 나에게도 기회가 오는구나. 대부분 대선후보들의 선거운동이 사람이 많은 지역에서 하기 때문에 내가 직접 찾아가지 않는 이상 보기가 힘들다. 그리고 예전에 대통합민주신당 당사를 찾아갔을 때에도 볼 수가 없었던 정동영 후보가 온다니... 직접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간에 맞춰서 찾아갔다. 이것 저것 촬영할 수 있는 기기들을 들고 밖을 나갔다. 직접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달려야 할 것 같았다. 천천히 걸었다면 시간이 조금 걸렸을 텐데 달려가니 평소보다 5배는 일찍 도착한것 같았다.

이미 사람들이 많이 나와 있었다. 장소가 좁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빽빽하게 서 있었다. 선거단에서 무대에 올라가 유세를 하고 있었고 정동영 후보는 시장에서 상인들과 만나고 있다고 했다. 시장에는 들어가 보지 않고 선거단에서 어떤 여성분께서 유세문을 마이크에 대고 큰 소리로 읽는 것을 주의 깊게 들었다. 주로 들을 수 있었던 내용들은 부패세력에게 미래를 맡길 수 없고 IMF로 우리 국민들을 힘들게 했기 때문에 반대쪽을 지지 하면 안된다 그리고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정동영후보를 지지해야 한다 이런 내용이었다.

유세문을 읽고 있는 여성분 앞에서 아주머니들이 율동을 했다. 인도앞 한 차선을 차지하고 춤을 추었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 운전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 사람들을 향해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홍보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사진 찍은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체 모습이 나오는 사진을 얻고 싶었다. 그래서 주변 건물을 두리번 두리번 찾아보다가 건너편에 있는 곳으로 횡당보도를 달려서 건너갔다. 내가 찾고자 했던 건물은 벽쪽에 창문이 있어서 밖을 내다볼 수 있는 곳이었다. 창문을 통해 찍는다면 전체화면이 잘 나올 수 있을것 같았다. 대략 3층 이상되는 높이라면 더 좋을 것 같아서 한 건물을 찾아 올라갔다. 올라갔더니 벽쪽에 창문들이 있기는 했지만 계단쪽에 있지 않고 영업을 하고 있는 가게안에 있었다. 들어가기는 꺼려졌다. 차라리 건물 옥상으로 가자고 생각하여 꼭대기 층으로 가니 미용실이 있었다. 옥상으로 가려면 미용실을 통과해서 가야하기 때문에 그냥 건물을 내려왔다. 다음 건물로 목표를 바꿔서 올라가니 벽쪽에 창문이 있기는 했다. 그런데....이게 왠일....창문이 녹이 슬고 누군가 아래쪽을 망가뜨려서 열리지가 않았다. 아무리 힘으로 열려고 노력해봐도 움직이지 않았다. 더 힘껏 열다가는 창문이 깨질것 같아서 포기했다. 차라리 옥상으로 올라가자고 생각하고 계단을 끝까지 올라갔더니 쇠문이 있었다. 철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잡고 돌리니 돌아가긴 했지만 열리지 않았다.

아....나는 왜이리도 운이 없나....좋은 자리를 찾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니 창문은 열리지 않고 옥상들은 잠겨 있거나 영업을 하는 가게들이고.... 그냥 포기하고 내려 오려고 하는데 정면이 아닌 측면쪽 창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매우 작았다. 힘을 줘서 열어보니 다행히 잘 열렸다. 신나게 찍었다. 정말 신나게 찍었다. 내가 원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지만 횡재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찍었다. 창문이 측면쪽에 있어서 사람들이 다 보이지는 않았다. 오른쪽 부분에 있는 사람들은 잘려 나갔다. 아쉽지만 어찌하리...찍어야지...그런데 갑자기 옥상에 있는 철문이 철거덕 하고 열리는 것이 아닌가...옥상이 비어있지 않고 사람이 있었다는 소리인데 신기했다. 이 동네에 있는 건물 옥상들은 모두 임자가 있다는 것인지... 그런데 철문안에서 20대로 보이는 남자가 나에게 다가오더니 강압적인 분위기로 주의를 주는 것이었다.

"누구에요. 여기 있지 마세요"라고 말했다. 나는 속으로 '이상한 사람이네'하고 무시하려고 했는데, 자신이 경찰이라면서 여기서 사진찍지 말라고 했다. 갈수록 태산이였다. 경찰인 것과 사진 찍지 말라는 것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설명은 하지 않고 무조건 이곳에서 찍지 말라니. 내가 이 장소를 찾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는데.. 갑자기 그 남자가 지갑에서 경찰이라고 작은 글씨로 써져있는 명함크기의 신분증을 꺼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경찰인 것 보여주지 않아도 됩니다. 저는 대선후보가 온다고 해서 그 모습을 잘 찍어보려고 높은 빌딩에 올라왔습니다. 계속 찍겠습니다." 그랬더니  이어폰 처럼 생긴 것을 귀에 꽂고 있던 경찰이 이어폰 줄 중간 플라스틱 뭉치 같은것에 입을 대고 뭐라고 들리지 않게 말했다. 나는 핸드폰 전화가 왔겠지 생각하고 무시했다. 그런데 갑자기 영화에서만 보던 검은색 옷을 입고 로보캅처럼 딱딱한 방어구를 착용한 남자가 계단위로 올라왔다. 검은색 보호안경을 쓰고 있어서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 없는 조용한 복도에 경찰 한 명과 특공대팀 한 명이 나를 죄인 취급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순간 얼마전 있었던 사건이 생각났다. 해안경계를 맡고 있던 병사의 총기를 탈취했던 사건. 실탄 70여발과 수류탄 한 발 그리고 K2소총을 탈취당했던 사건이 기억났다. 이 사건이 기억나자 모든 상황이 파악 되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서 이해시켜야 겠다고 느꼈다.

"며칠 전 총기 탈취사건 때문에 그런건가요? 그렇다면 이해합니다. 제 가방에는 촬영할 수 있는 기기들 밖에 없습니다." 다짜고짜 명령하고 강제적으로 대처하려는 경찰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 사람들의 직업이 그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상황을 받아들였다. 특공대 인원이 가방안을 봐도 되겠냐고 물었다. 그래서 열어서 보여줬다. 그러더니 몸을 수색해봐도 되냐고 물었다. 그래서 허락했다. 갑자기 수색을 당하니 기분도 좋지 않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가 높은 곳에 올라온 이유는 전체화면을 사진에 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 이렇게 말하자 어느 단체에서 왔냐고 물었다. "단체는 아니고 그냥 시민입니다...ㅡ.ㅡ;; " 이렇게 말하자 경찰 특공대 인원은 계단으로 내려갔다. 오비이락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하필 선거운동기간에 총기탈취 사건이 일어나서 여러 사람 힘들게 하는 것 같다.

구체적인 설명없이 강제적인 대우를 받고 상대가 범인일지도 모른다고 가정하고 사람을 대하니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았다. 경찰이라면 조금더 지혜롭게 사람들을 대해야 옳다. 도로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불시에 당하더라도 최대한 양해를 구하고 측정을 요구하는 장면을 많이 본다. 경찰이 20대라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것이라고 생각하고 잊어야겠다.

어쨋든 힘들게 찍고 내려오니 보람은 있었다. 기분은 좋지 않고 불쾌했지만 대선기간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건물을 내려와서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 건물들 옥상을 보니  뜨악.....곳곳에 경찰들이 보였다. 황당한 일을 당하고 보니 옥상의 모습들이 새롭게 눈에 들어왔다. 경찰에게 물어보니 다른 대선후보들에게도 이렇게 경호를 한다고 했다. 빨리 범인이 잡혀야 하는데....만약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 나처럼 대선후보를 사진에 담기위해 건물 옥상을 올라가려고 한다면 명심하시라. 그 순간 당신은 총기 탈취 범인으로 간주되어 몸 수색을 당하게 된다는 것을.

위의 동영상이 바로 몸 수색당한 건물에서 찍은 것이다. 대선후보를 촬영하기 위해 건물 옥상에 올라간다면 반드시 조심 하시길. 그리고 동영상 후반부에 보이는 옥상 3명은 대선 홍보용 화면에 촬영 화면을 보여주기 위해 올라간 분들임. 경찰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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