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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_또다른세상

은평구 뉴타운이 뭐길래 물건까지 도둑질 당하나.

정말 오랜만에 은평구를 다시 찾아갔다. 건설로 인해 온갖 고통을 겪었던 은평구 원주민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은평구를 다시 찾아간 이유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아직도 3지구 원주민들의 고통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다시 찾아가야만 한다고 의무감도 있었고, 6개월 동안 얼마나 그 지역이 변했는지 보고 싶었다. 그래서 찾아갔다. 구파발역에서 내려 집을 찾아가는 동안 건설에 필요한 자제를 운반하는 온갖 대형차가 먼지를 일으키며 분주히 주행중이었다. 공사장을 나올 때에는 물로 바퀴를 청소해서 먼지를 떨어낸다지만, 타지에서 공사장으로 들어갈 때 날리는 먼지까지 막을 수가 없다. 이 글을 뉴타운이 진행되는 은평구 근처에 사시는 분이나, 북한산을 가기 위해 공사장 근처를 지나는 분이 읽으신다면 공감하실 것이다. 코와 목이 맵고 답답해서 매우 상황이 좋지 않았다. 도대체 대규모 건설을 그만두는 날은 언제 올까. 원주민들은 내쫓고 다시 올수도 없는 상황에서 건물만 멋있게 짓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한들 원주민들이 빼앗긴 주거권은 다시 찾을 수가 없다.

▲완공되어 가는 1지구

▲역시 일부 완공되어 가는 2지구

4월에는 내 기억으로 이렇게 많이 올라가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느새 완공이 되어가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내가 저 시멘트 덩어리들이 올라가는 것을 볼때면 항상 세상에 저런 흉물은 드물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미 블로거뉴스에 여러번 글이 나왔던 시멘트 관련 6가크롬 문제 때문이다. 발암물질 가득 담은 시멘트들이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저 건물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 줄까? 99년 이후로 환경부의 폐타이어등을 허용하는 법개정으로 인해 그 후로 개정법으로 탄생한 시멘트 집들. 그리고 수많은 어린 아토피 환자도 함께 늘어난 것이 과연 우연일까? 하지만 건설업자나 서울전시장은 후에 자랑스럽고 뿌듯해하고 완공 기념 촬영을 하고 좋아하겠지. 이미 알려진대로 은평구 뉴타운은 서울전시장의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해 건설이 진행중이니까.

▲이제 터만들기 시작한 3지구

▲보상협상 중인 4지구 기자촌

은평구 뉴타운 1지구는 거의 완공이 되어 간다. 2지구도 일찍 시작된 곳은 끝층까지 거의다 올라갔다. 3지구는 이제 땅을 다져놓기만 한 상태고, 4지구인 기자촌은 아직 주민이 살고 있다. SH공사와 원주민간의 보상문제가 나올것이며, 또 다시 억울한 주민들이 어디에 하소연도 하지 못하고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예전부터 끝없이 이어지는 힘없는 주민들의 고통과 분노와 답답함은 대한민국에서 살기 위해서 감내해야만 하는 일이란 말인가.

더 화나는 것은 주민을 쫓아내기 위해서 온갖 두려움을 주는 행동들 때문이다. 지금은 다른곳에 터를 잡고 사는 3지구 원주민이 당한 억울한 사연은 듣는내내 황당함을 감출수 없게 했다. 그 분의 사연을 말해보겠다.

SH공사에 수용되었으니 집을 나가라는 압력을 참으며 살고 있었던 시기였다. 어머니를 돌봐야 하기 때문에 어머니계신 곳에 다니며 집에는 하루에 한번정도 둘러보는 차원으로 다녀 갈 수 밖에 없던 때였다. 어느날 집에 왔는데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냉장고가 없어지고 살림살이가 여러가지 도난을 당한것이다. 분명 창문도 잠그고 문도 잠갔다. 항상 그래왔다. 형광등까지 가져간 것을 보고 알 수 있었다. 도둑의 행위가 아닌 뉴타운과 연관된 집을 비우라는 압력이란 것을.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렇게 사라진 물건때문에 정신없어야 새도 없이 SH공사 관계자에게 전화가 왔다. "집이 비었다면서요?" 도대체 SH공사가 그 사실을 어떻게 알고...

MBC에서 뉴스후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얼마전 재개발과 재건축에 관한 방송을 했는데 그 곳도 주민을 쫓아내기 위해 특이한 행동을 했다. 집앞에 버린 쓰레기들을 모두 사람이 다니는 길에 넓게 뿌려 놓고 냄새가 나게 해서 빨리 그 지역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도록 하려는 행동이 그것이다.  은평구의 경우는 토지관리사무소라는 용역 업체가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한다. 주민 한분은 토지관리사무소 사람이 조카의 집에 담을 넘고 가서 항아리를 가져가려고 파고 있는 모습을 보고 무엇을 하냐고 물었더니 그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조카분이 가져가라고 했다." 하지만 거짓말이었다. 그리고 옆의 사진에 보면 3지구내 수용되지 않은 창문 뜯긴 집이 있다. 이 집도 창문을 훔쳐가는 토지관리사무소 사람을 주인이 해외에 있어서 대신 관리해주고 있던 사람에게 들켰다고 했다. 창문이 없어지거나 깨지면,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대부분 크게 압력을 받는다고 했다.

건설은 부정 부패 폭력 비리의 온상이다. 바뀌어야 한다. 건설 만능주의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 새로운 패러다임이란 사람을 중시하고 합리적이고 주민이 근본이 된 건설문화 정착을 말한다. 한국 사회가 빈민들 그리고 원주민들에게 공익이란 가면을 쓰고 너무 많은 고통을 안겨 왔다. 유럽처럼 수백년 된 건물이 도시안에서 멋을 이루는 것이 우리가 후세에 물려줄 환경이다. 저런 시멘트 환경 오염 덩어리 들이 아니고 말이다.

취재를 마치고 북한산 쪽에서 구파발 방향으로 오는중에 아래의 현수막을 봤다.

또 다른 곳에서도 주거권 전쟁은 이어지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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